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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곤한 일상속 생각나는 시 한편.

Muse/Novel

by Lucette Audevie 2016. 7. 12. 16:3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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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가장 아프단다

 

나는 늘 사람이 아팠다

나는 늘 세상이 아팠다

아프고 아파서

X-ray, MRI, 내시경 등등으로 정밀진단을 받았더니

 

내 안에서도 내 밖에서도 내게는, 나 하나가 너무 크단다, 나 하나가 너무 무겁단다

나는 늘, 내가 너무 크고 너무 무거워서, 잘못 아프고 잘못 앓는단다

 

나말고 나만큼 나를 피멍들게 한 누가 없단다

나말고 나만큼 나를 대적한 누가 없단다

나말고 나만큼 나를 사랑한 누가 없단다

나말고 나만큼 나를 망쳐준 누가 없단다

나말고 나만큼 내 세상을 배반한 누가 없단다

 

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. 

 

 

유안진 시집 『다보탑을 줍다』, 《창비》에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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